좋은 시와 글 69

[스크랩] 향수 / 정지용

향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빈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돝아 고이시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긴 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서리가 까마히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흐릿한 불빛에 ..

좋은 시와 글 200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