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를 정리하다 낯 익은 가방 하나를 발견하였다.
학창 시절의 편지를 비롯하여 시아버님의 편지 ,선생님이 주신 편지 등등..
추억의 파편들이 하나 둘 되살아 나게 하는 타임 켑슐이었다.
그 시절엔 엽서를 많이 쓴 것 같다.
엽서는 한장에 5원, 우표는 십원인 것이 있었다.
방학때라도 친구들에게 엽서나 편지를 쓰면서 보고픈 맘들을 달래곤 하였다.
전화도 부잣집에나 있는 것으로 귀하다 보니,
편지를 하던가 친구 집을 찾아 가던가 해야 만날 수 있었다.
요즈음 학생들은 방학이어도 과외다, 해외 어학연수다,너무들 바쁘게 지내고 있고,
친구들과 핸드폰으로 문자를 날리는 시대이다 보니 그 시절의 끈끈한 우정만 할까!
웃음이 날 정도로 그리움을 호소한 글도 있고,
유치하게 만든 편지지에 써 내려간 글들도 있지만 얼마나 순수 그 자체인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가 없다.
그 사랑스런 아이들은 지금쯤 할머니로 불려지고 있는지 !!
공부 시간에도 쪽지 편지를 어찌나 잘 돌려 대었는지...
보고픈 친구들,
편지의 주인공들 중 지금은 연락이 두절된 친구가 더 많구나.
1969년 선생님이 보내신 편지 때문에 추억 하나가 떠오른다.
멋스럽게 타원형 공간 안에 써 내려간 편지로 인해...
명문E여대를 갓 졸업하고 부임하신 국어 선생님
젊은 분이 늘 개량 한복을 곱게 입고 다니셨다.
특활로 연극반을 만드셨는데,
운좋게 오디션에 합격한 나는 하늘을 나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특별히 재정 지원을 해 주는건 아니어서
선생님 혼자 동동거리며 2년을 버티시다 연극반은 해체되었다.
그래도 내가 주연으로 분한 연극은 "수업료를 돌려 주시오"라는 제목으로
"물짱구"라는 역이었다.
학교를 졸업해도 취직도 못하고 어려움을 격는 물짱구가
졸업한 학교로 찾아 와 교장 선생님에게 그동안의 수업료를 내 놓으라고
어거지를 쓰는 남자 주인공역~~ 비극적인 희극이었나?
취직난에 허덕이는 요즘 젊은이들이 보면 아주 속 시원할 대사들이 많았다.
연극으로 인해 선생님과 가까와 졌고, 내가 써서 보내드린 편지의 답장인것 같다.
우리가 졸업한 이후 연하의 의대생과 몇년 동안의 멋진 열애 끝에 결혼하셔서
지금은 외국에서 살고 계신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선생님.... 선생님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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