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사로 계시다가 중년에 공부를 더 하셔서 대학교수가 되신 선생님,
이 제자 역시 마흔에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 안수를 받고 시골 교회를 섬기고 있다. 정년 퇴임을 앞두신 우리 선생님이 몹시 자랑스럽다. 일평생 외길을 걸어오신 그 걸음걸음, 조용히 마무리하시는 그 노년이 너무도 아름답지 않은가!
"목사님 계십니까?"
"예,아. 선생님이시지요?"
"그래 내 목소리를 용케 아는구나,
진희 한테 들었는데 교회가 무너졌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거냐?"
" 예. 조립식 건물이었는데 지난 1월에 폭설로 인해 지붕이 내려앉았어요.
성전을 재 건축하느라고 바빠서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요, 죄송합니다."
"아니다 괞찮다. 너 워드 칠 줄 아냐?"
"네."
"네 글을 디스캣으로 보내 주면 좋겠는데......"
" 저 디스겟 사용 방법을 잘 몰라요."
"그러면 워드로 그냥 쳐서 보내라."
"네. 선생님. 늦어도 다음 달 10일 까지는 보내 드릴께요."
"오냐. 알았다."
정년 퇴임을 앞두신 노스승, 오십고개를 이제 막 넘은 여 제자.
"오냐"라고 전화를 끊으신 선생님의 목소리가 왜 그리 정겹게 들리던지,
내 마음은 3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 넘어 추억의 저편으로 달음질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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