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으로

30년의 세월(2)

하늘향기내리 2005. 6. 20. 22:45

고등학교 교사로 계시다가 중년에 공부를 더 하셔서 대학교수가 되신 선생님,

 이 제자 역시 마흔에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 안수를 받고  시골 교회를 섬기고 있다. 정년 퇴임을 앞두신 우리 선생님이 몹시 자랑스럽다. 일평생 외길을 걸어오신 그 걸음걸음, 조용히 마무리하시는 그 노년이 너무도 아름답지 않은가!

 

 "목사님 계십니까?"

 "예,아. 선생님이시지요?"

 "그래 내 목소리를 용케 아는구나,

  진희 한테 들었는데 교회가 무너졌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거냐?"

 " 예. 조립식 건물이었는데 지난 1월에 폭설로 인해 지붕이 내려앉았어요.

 성전을 재 건축하느라고 바빠서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어요, 죄송합니다."

 "아니다 괞찮다. 너 워드 칠 줄 아냐?"

 "네."

 "네 글을 디스캣으로 보내 주면 좋겠는데......"

 " 저 디스겟 사용 방법을 잘 몰라요."

 "그러면 워드로 그냥 쳐서 보내라."

 "네. 선생님. 늦어도 다음 달 10일 까지는 보내 드릴께요."

  "오냐. 알았다."

 정년 퇴임을 앞두신 노스승, 오십고개를 이제 막 넘은 여 제자.

  "오냐"라고 전화를 끊으신 선생님의 목소리가 왜 그리 정겹게 들리던지,

내 마음은 3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 넘어 추억의 저편으로 달음질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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