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와 글

사랑하는 예수님께(용욱이의 편지)

하늘향기내리 2006. 6. 22. 06:55

 

안녕하세요? 저는 구로동에 사는 용욱이에요. 우리는 벌집에 살아요. 벌집이 뭔지 예수님은 아시지요? 한 울타리에 55가구가 사는데 우리집은 32호에요.

 

우리는 외할머니와 엄마, 여동생, 이렇게 네 식구가 살아요. 방은 라면박스만 해서 네 식구가 다같이 잘 수 없어요. 그래서 엄마는 술집에서 주무시고 새벽에 오셔요. 할머니는 운이 좋으면 한 달에 두 번 정도 일하고 아버지는 청송교도소에 계시는데 엄마는 우리한테 죽었다고 말해요.

 

 예수님, 우리는 참 가난해요. 엄마는 매일 취해서 엉엉 울며 " 왜 태어났니, 같이 죽어 버리자." 고 해요. 그래도 지난 부활절에 제가 회개하면서 운 것 예수님은 보셨죠. 저는 죄가 없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그날 깨달았어요.

 

 친구들이 우리 엄마를 '술집 다니는 사람' 이라고 하는 게 너무 싫었고요, 술 먹고 취해서 '다같이 죽자' 고 하는 엄마도 미워했어요. 예수님께서 '용욱아, 너를 용서한다.' 고 말씀하시는 거 같아서 저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어요. 그날 성당에서 준 찐 계란 두 개를 할머니와 엄마께 드리며 생전 처음으로 전도를 했어요.예수님 믿으면 구원받는다고요, 엄마는 화를 내면서 '주인이 전세금 50만 원에 월세 3만 원을 더 올려 달라고 하는데, 예수님이 50만 원만 주면 믿지 말라고 해도 믿겠다." 고 했어요. 그때도 제가 기도한 거 아시지요?

 

 마침 어린이날 기념 글짓기 대회가 있다면서 선생님이 저를 내보내 주셨어요. 저는 아버지와 꽃 가게를 하면서 행복하게 살던때를 그리워하면서 지금 이야기를 썼거든요. 엄마가 술 취하지 말고 희망을 갖고 살아 주면 좋겠다고요.

 

 예수님, 그날 제가 1등상을 타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보셨죠? 그런데 저녁때 심사위원장이었던 할아버지 동화작가 선생님이 우리 집에 오신 거에요. 그분은 엄마에게 "똑똑한 아들을 두었으니 힘내라."고 위로하고는 자신이 지은 동화책 다섯 권을 놓고 가셨어요. 저는 밤늦게까지 책을 읽다가 그 사이에서 흰 봉투가 떨어져서 깜짝 놀랐어요. 생전 처음 보는 수표였어요. 엄마도 깜짝 놀라시며 "이렇게 고마운 분이 계시다니, 예수님이 구원만 주신 것이 아니라  50만 원도 주셨구나." 하며 눈물을 흘리셨어요.

 

 고마우신 예수님! 참 좋으신 예수님! 감사합니다. 할아버지께서 주신 수표는 제가 커서 꼭 갚을게요. 그러니까 제가 어른이 될 때까지 동화 할아버지가 건강하도록 예수님이 돌봐 주세요. 너무나 좋으신 예수님! 이 세상에서 최고인 예수님을 용욱이가 사랑합니다!

 

 

 

- 이글은 10여 년 전 초등학생 용욱 군이 쓴 편지 내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본지는 이 글의 원저자를 찾고 있습니다. -가이드포스트-

 

 

 

가이드포스트지를 읽다가 다시 읽게 된 용욱이의 편지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족히 20년 가까이 된 편지라고 기억되는데요..

제가 집사일때, 교구 담당 전도사님이 이 편지를 복사해 오셔서 우리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얼마나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나던지요..

용욱이의 순수한 마음과 믿음을 본받아 전도에 힘쓰자던,, 그런 결단도 하게 만든 편지였습니다.

 

여러분도 이 편지를 기억하세요?

지금쯤 이십대 후반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용욱이,,,

글을 쓰거나 화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한 통의 이 편지가 많은 사람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했을거라는 생각을 하며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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