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이야기

덧버선과 추억의 편지

하늘향기내리 2005. 9. 27. 10:03


                             

벌써 찬물에 손담그기가 싫어지고

따뜻한 방바닥이 좋게 느껴지는걸 보니

겨울도 머지않은 것 같다.

올해도 친구 영숙이가 짜서 내개 선물한 덧버선을 제일 먼저 꺼내본다.

작년 겨울에도 아까와서 만지작거리다 못 신고 ,,,신어 보고 벗어 놓고.

돋보기까지 쓰고 짜준 덧버선이기에 그 사랑이 너무 고맙다.

 

오늘도 추억의 가방속에서

눅눅한 냄새가 베어있는 편지를 꺼내본다.

 

 

숙아!

지금은 "T.B.C교환대" 시간 중.

흘러간 음악, 그 음악 있잖아. 당신을 기다리리다... 하는. 누구의 우산 주제곡.

넌 지금쯤 그 얼굴이 까무잡잡한 선생님의 얼굴을 쳐다 보면서 열심히 한자  공부를 하고 있겠지.

사람이란 말이다. 누구나가 다 외로운 것이 아니겠니?

친구. 몹씨도 괴롭히는 존재구나.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역시. 하지만 또 없어서는 절대 안될 존재구나.

차라리 그야말로 갈등이 심해 미쳐버리고 싶다고 올 때 생각했다.

너의 글 어서 빨리 보고 싶어서 홀로 걸어 올 때 길에서 봤거든.

숙아!

진실로 받아 들이도록 할께. 얼마만큼은 느꼈지만 말야.

현재도 즐거울 수 있고, 네 말처럼 먼훗날까지 언제까지라도 서로 울리지 않기로 함께 힘써 보자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거보다 더 순수한 것은 무엇일까?

선생님께서 슬픔이라고 하셨지.

기다리는 아름다움을 지니는 소녀의 그 아름다움도..

할 수 없는 것은 깨끗이 잊어버리고 앞으로의 희망만을 위해 노력하자.

2학년이 될 때 서로 다른반이 되는 것이 난 참 싫다.

어떻하면 좋으니? 정말이야 . 정말.

할 수 없는 일은 잊자고 해 놓고....

 

영숙이가. 

 

 

아마 고등학교 1학년 말쯤에 받은 편지 같다.

여고시절엔 교우관게로 고민하고 인생의 허무를 논하기도 하고..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자못 심각해 하던 시절이었다.

그 영숙이와 내가 함께 늙어 간다.

그 당시의 약속대로 서로 울리지 않고, 보고파하면서, 기도해주면서..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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