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엄마의 기일,,

하늘향기내리 2005. 12. 13. 19:27

 

 

엄마~~~~

할머니가 된 나이가 되었어도,, 부르면,, 눈물이 나는 엄마~~

그동안 아픈상처 도질까봐 조심했던 엄마이야기,,

 

오늘은 엄마의 기일입니다.

93년에 돌아 가셨으니까,,십이년 전인가요??

엄마라는 한 여인의 일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엄마는 손이 귀한 집 막내딸로,,부모님의 지극한 사랑을 받고 자라셨다고 합니다.

그 시대에 모리나가 분유를 먹여 키우셨을 정도라니까요..

 

그리고,, 세브란스 의전생과의 열렬한 사랑이야기,,

결혼~ 의사부인으로,, 집안에 유모와 찬모를 둘 정도의 부유한 삶 ,,, 

6.25 전쟁,, 남편의 전사,, 남겨진 오남매,,

그것도 피덩이인 막내인 나를 두고,,

서른 아홉의 나이에 혼자 된 엄마~~

 

온실 안의 화초같던 그녀에게 닥친 현실은 

살아남기 위한 억척스러운 여인으로 변모될 수 밖에 없었답니다.

 

생게를 위해 포목상도 하구,, 하숙생을 치면서,, 재혼의 유혹도 뿌리쳐 가며,,

오로지 자식들 뒷바라지에 일생을 바쳐오신 엄마~~

 

자식들은 그녀에 기대를 저버리지는 않고,,그런대로 제몫을 하며 살게 되었고,,

모두 결혼 시키신 뒤,, 막내딸인 나하고 살게 되었지요.

 

엄마는 늘 외로우셨나봅니다..

짧고도 굵은 사랑을 주고 간 남편에 대한 그리움으로,,

친구들과 어울려 술도 하시고,, 울기도 하시는 그런 모습이 그 때는 왜 그리 싫었던지요..

 

그래도 여장부같은 성격에. 멋도 내시고,, 등산도 하시고,,명랑하게 살려고 애쓰신것 같아요.

등산하는 남자 친구도 많았는데, 그것조차 싫어 짜증을 내던 딸이었습니다. 

 

엄마가 아프실 때 돌아가시면 어쩌나 무서워 울던 밤,,

혹시하며,, 엄마가 숨쉬는가 확인해 보던 날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학교 졸업 후 직장에 취직을 했고,, 재미나게 살자던 엄마,,

그런데 일찍 짝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으니,,

막내 딸을 의지하던 엄마의 가슴에 슬픔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철없는 딸이었습니다.

 

그후로 살기 바빠 엄마에게 효도하지 못한채 세월은 흘렀고,,

혼자 계신 엄마가 이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서서히 치매가 오기 시작한거지요.

엣날 고리짝일은 기억하시면서 현재를 잃어버리신 엄마~~

당신의 자식들도 몰라보는 엄마~

그 때의 당혹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막내인 우리집으로 모셔다가 살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심해지는 치매증세~

외출했다 돌아오면 빨랫대에 있는 모든 옷을 겹쳐 입으시는가 하면,,

냉장고 속 음식,, 날 것도 잡수시고,, 대변을 가리지못해.. 온 집안에~~

아~ 그 당시엔 지옥같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루에 몇번 씩 씻겨 드려야함은 물론,,

틈만 엿보이면 집을 나가 돌아 다니시고,,

집을 못찾아 잃어버려 파출소에 신고하구,, 찾아다니느라, ,그런 날들이 계속되니,,

형제들에 대한 야속함도 생기고,, 괴로운 시간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그 와중에 둘다 고3 수험생 시기를 거쳐야 했고,,

정말 믿음이 없었다면,, 그 상황을 어떻게 지냈을까,, 끔직하기만 했습니다.

 

결국,, 나중엔 큰오빠 댁으로 가서 계시다 돌아가신 엄마~

 

근데 왜 살아 갈수록 후회가 되는 걸까요??

정신없이 헤매고 속상하게 해도 울 엄만데~~

못나도 울 엄만데~~

왜 좀 더 잘 해드리지 못했을까요?

 

엄마~

죄송해요~~

 

아픈 상처 터질까봐 잊어버리고 살려 했는데,,

내 기억에서 지워 버리고만 싶었는데,,

오늘은 참회하는 심정으로 엄마를 불러봅니다.

 

엄마~

 

엄마를 사랑한다는 이야기 한 번도 못들어 보셨지요?

 

엄마~

용서해주세요..

 

엄마~

사랑해요~~

 

 

 

 

 

엄마의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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