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은 유난히 비내리는 날이 많다.
가을비와 낭만,,을 즐기기도 하지만 농촌에 막바지 추수해야 하는 농작물엔 안 좋은 비다.
아직 추수하지 못한 논의 모습이 비에 젖어 처량하게 느껴진다.
콩밭에 콩도 주렁주렁 많이도 달렸던데,, 잦은 비로 피해는 없을란지..
우리 텃밭에 심은 무도 배추도 뿌리가 녹듯이 물러져서 누렇게 죽어가는 것들이 눈에 띈다.
우리야 없으면 없는데로 지내면 그만이지만 농사지어 판매하는 분들이 걱정이다.
요즈음은 아침 저녁으로 춥다 춥다 소리가 저절로 나오니,, 불같던 여름날은 벌써 추억의 뒤안으로 사라진지 오래인 것 같다.
마루에 있는 난로에 아침마다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나무 때는 난로를 들여 놓은 뒤부터 연료비가 많이 절약된다.
자작 ~자작 ~나무 타는 소리,, 무슨 나무인가에 따라서 향내가 다 다르다..
난로위에 얹어 놓은 주전자에선 둥글레 구수한 차 향기까지 합세하여,, 그리움을 퍼 올린다.
보고픈 사람과 차 한잔 나누며 두런 두런 밀린 얘기 나눌 수 있다면 더욱 좋으련만,
울 이장님은 마을회관에 일하러 가시고,, 빗소리는 쓸쓸히 잔디 위로 스며든다.
주님이 함께 하시는데 뭐가 외로우냐고 큰 소리하던 믿음의 동지,, 그녀의 목소리가 듣고 싶네.
이제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시작하면, 없는 사람들 생활하기가 점점 힘들어질텐데 하는 노파심이 생긴다.
차분하게 자연속에서 나를 돌아 보는 이 시간, 이 여유로움은 도시에서는 꿈도 못꿀일이야,,
하면서 마음을 위로해 본다.
사실 여기 내려와 교회를 개척하기 전에 강남의 대형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일할 때는 그야말로 얼마나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는지 모른다.
한교구에서 4-500세대를 맡았으니 한가정 두사람씩만 쳐도 1000명이 넘는 성도들을 관리하며 섬겨야 했다. 늘상 뛰어 다니다시피,, 행정력, 순발력,, 무엇보다 영력이 있어야 버틸 수 있었다.
뭔가 주의일을 하는듯한 만족감도 높았고,,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힘들어도 보람도 있었고 성취감도 느끼는 목회였다.
그리운 추억이네.. 한참 일할 때는 40대 중반이어서 젊다는 것도 한 몫했지. 건강하구..
어제 창고를 정리하다 그 당시의 물건들이 나왔는데,, 그리운 얼굴이 보이는 사진이 있었다.
아마 선교구만 따로 체육대회를 하는 날 이었나 보다.
압구정동 현대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여자 집사님,권사님들만 같이 찍었나보네..
가운데는 선교구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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