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한국일보」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한 조정의 첫 시집. 등단 7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대상을 바라보는 특이한 시선과 섬세한 감성이 무르익은 산뜻한 시편들을 선보이고 있다.
시인의 시는 '귀'의 울음에서 비롯된다.
사연을 듣는 '귀'를 가지고, 사방에 있는 것들의 울음과 대상들은 짧지 않는 세월을 응축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또한 시인은 사물들을 호명하며 그것들의 지나간 시간까지를 건져 올린다.
관찰과 사유의 시간이 긴 만큼, 대상에 대한 극진한 배려와 공감에서 우러나온 시로 정밀하고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다.
<이발소 그림처럼>
이 책은 지난 고난 주간 동안 받은 선물이었다.
여고 후배 시인이 짧은 인사와 친필 사인을 넣어 보내준 시집,,,
그녀는
재작년 원서문학관 시의 축제 때 동료 시인들과 내려와 잠깐 우리집에 들렸었다.
한국적인 미모와 다정다감한 마음과 말씨를 지닌 후배와의 첫 만남이었다.
섬기는 교회에서 주방봉사할 때 음식 만들던 이야기를 하며 복사꽃처럼 웃던 그녀..^
그 이후로는 만남이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잊지않고 첫 시집을 보내주니 얼마나 반가웠는지 ~
한 장 한 장 넘길때마다,,피 토하듯 완성된 시를 읽으며,,,울먹한 가슴으로,, 눈물이 났다.
차마 넘길 수 없어, 먼 하늘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음의 깊이를 헤아려 본다.
아,, 시인도 순교자가 아닐까..
주옥과도 같은 시어들,,일상에서 건져올린 탁월한 시인의 절규가,, 가슴으로 와 닿는다.
참으로 따뜻한 가슴을 지니고 있는 후배시인 조정님~
첫 시집 축하합니다...
제목부터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시 하나 골라 적어봅니다.
날마다 시어 하나 하나 음미하면서 선홍빛 시집을 넘기렵니다..
길이 멀어서 허공도 짐이 되었다
-백련사
새들이 꽃 지는 소리를 입에 물고 날아갔다
요사체 댓돌에 젊은 중이 앉아 있다
러닝셔츠 바람에 선글라스를 끼고
어깨가 섹시한
동백 한 송이 떨어졌다
이만 총총
짧은 인사처럼
바람에 색이 묻어났다
길이 멀어서 허공도 짐이 되었다
대웅전 벽은 혼자 놀게 두고
새들은 알 속으로 돌아가 보이지 않았다
누가 꽃 속에
절을 매고 빨래를 널었다
이마 물렁물렁한 부도가 해를 비껴 서 있다
시집 첫장을 넘기니
김원숙 언니
연락 못 드리고
시간이 술술 흘렀습니다
죄송한 마음만 '만땅'
이었답니다.
장로님께도 인사 전해
주세요
2007.3
조 정 드립니다 (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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