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편지
황 동규 님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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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황동규님은
나의 여고 시절 국어 선생님이셨다.
약간 곱슬머리에 덧니.
웃는 모습이 귀여운? 총각 선생님
이셨는데...
"소나기 "의 작가 황순원 님의 아들이라는
호기심으로
여고생들의 마음이 설레이기도 했던 선생님의 시를
읽으며
그 시절을 추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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