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와 글

즐거운 편지(황동규님)

하늘향기내리 2005. 7. 23. 17:02
 
 
 
 
 
즐거운 편지
 
                                 황 동규 님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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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황동규님은
나의 여고 시절 국어 선생님이셨다.
약간 곱슬머리에 덧니.
웃는 모습이 귀여운? 총각 선생님 이셨는데...
"소나기 "의 작가 황순원 님의 아들이라는 호기심으로
여고생들의 마음이 설레이기도 했던 선생님의 시를 읽으며
그 시절을 추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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