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와 글

가을(유안진님)

하늘향기내리 2005. 7. 27. 13:13


 

 

 

가    을

 

             유안진 님

 

이제는 사랑도

추억이 되어라

 

꽃내음보다는

마른 풀이 향기롭고

 

함께 걷던 길도

혼자 걷고 싶어라

 

어둠이 땅속까지

적시기를 기다려

 

비로서 등불 하나

켜 놓고 싶어라

 

서 있는 이들은

앉아야 할 때

 

앉아서 두 손 안에

얼굴 묻고 싶은 때

 

두 귀만 동굴처럼

길게 열리거라.

 

 

'좋은 시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만은(시빌 패트리지)  (0) 2005.07.29
갈대(천상병님)  (0) 2005.07.28
즐거운 편지(황동규님)  (0) 2005.07.23
눈물(김현승님)  (0) 2005.07.19
사랑으로부터(R.릴케)  (0) 200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