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와 글

고향/노천명 님

하늘향기내리 2005. 12. 7. 22:59

 

 

고   향

 

 

 

                                   노 천명

 

 

언제든 가리

 

마지막엔 돌아가리

 

목화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

 

조밥이 맛있는 내 본향으로

 

아이들 하늘타리 따는 길 머리엔

 

학림사 가는 달구지가 조을며 지나가고

 

대낮에 여우가 우는 산골

 

등잔 밑에서

 

딸에게 편지 쓰는 어머니도 있었다.

 

등글레산에 올라 무릇을 캐고

 

집중화 상아 뻐국채 장구채 범부채

 

마주채 기륙이 도라지 체니곰방대

 

곰취 참두룹 개두룹 혼닢나물을

 

뜯는 소녀들은

 

말 끝마다 꽉 소리를 찾고

 

개암쌀을 까며 소녀들은

 

금방맹이 놓고 간 

 

도깨비 이야기를 즐겼다.

 

목사가 없는 교회당

 

회당직이 전도사가 강도상을 치며

 

설교하던 산골이 문득 그리워

 

아프리카서 온 반마처럼

 

향수에 잠기는 날이 있다.

 

언제든 가리

 

나중엔 고향 가 살다 죽으리

 

모밀꽃이 하아얗게 피는 곳

 

나뭇짐에 함박꽃을 꺽어 오던 총각들

 

서울 구경이 원이더니

 

차를 타 보지 못한 채 마을을 지키겠네.

 

꿈이면 보는 낯익은 동리

 

 

우거진 덤불에서

 

찔레순을 꺽다 나면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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