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에 있었던 일입니다.
명암마을에서 나오시는 할머니 성도님이
밭둑에서 해온 나물이라며 원추리 어린잎을 한소쿠리 갖고 오셨습니다.
물에 살짝 삶아 한 접시 수북 담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입맛이 도는 구수하면서도 은근한 맛이 제 입에 꼭 맞았습니다.
그렇게 이른 저녁을 맛있게 먹은 후 그날은 수요일이었습니다.
예배를 드리는 중 아랫배가 살살 뒤틀리기 시작하더니,
진땀도 나고 겨우 예배를 마치고 사택으로 달려가 그냥 좌악 장청소를 했답니다.
어찌나 시원섭섭 하던지요.
나중에 들으니 원추리 잎 자체에 약간 독성이 있어 물에 우려내야 한다고 말씀하시데요.
원추리꽃을 볼 때마다 너무 맛있었던 기억,아픈 배,시원함,진땀 흘리며 설교하던 일 등
웃지못할 에피소드가 생각납니다.
데쳐 우려낸 원추리 우거지에 된장 풀어 국 끓이면 그 맛 또한 끝내줍니다.
올해도 그 할머니 성도님이 더 많이 갖다 주신 원추리를 친구 모임 갈때 갖고 가서
다 나누어 주었습니다.
아주 귀한 음식이기에... 너무들 좋아 하더군요.
더구나 제 설명을 듣던 변비로 고생하던 친구는 말할 나위 없구요.
꽃에 대한 추억이 꼭 아름답거나 슬픈것만은 아니더군요.
이렇게 아픈 기억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