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와 글

한뫼 정봉 조세용님의 시 몇편

하늘향기내리 2009. 5. 15. 14:44

 

 

1956년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2001년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2005년 봄 계간 문예지 {문학 예술}지에 시 < 사향 (思饗)> 당선,

시집 "봄 그리는 마음" "내 마음의 봄" "그물개 솔밭길 걸으며"

2005년 11월-2007년 12월 <문예사조> 지에 어원수필을 연재.

 

 

 

 

 달맞이꽃

(조세용님)

 

바늘꽃과 두 해살이

달맞이꽃은

 

바람난 여인처럼

해거름 무렵부터

 

얼굴에 노오란 분바르며

부산떨다가

 

살며시 장지문 열고

문 밖을 나와

 

동산 저 너머

깊은 잠에 취해 있는 달을 향해

 

야래향(夜來香) 풍기며

야릇한 미소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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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개 솔밭길 걸으며

(조세용님)

 

 

바닷가 우거진 솔숲을 헤치며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비릿한 마파람 안고

동백섬 그물개 솔밭길 걷는다

 

처얼썩쿵 처얼썩쿵

몽돌을 때리며

학익진(鶴翼陳)으로 밀려오는

 

펼쳐 놓은 그물 같은

넉넉한 자세로

맞이하는 그대는

 

사랑했던 사람의

향긋한 볼이런가

 

사랑이 넘쳐 흐르는

포근한 어머니 젖가슴이런가

 

속진(俗塵)으로 얼룩진

가여운 영혼 달래 줄

자애로운 님의 손길이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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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길을 남기고

(조세용님)

 

 

살점 도려내듯

뺨을 때리고 귓불을 할퀴는

겨울 바다 한가운데

 

깊은 오수(午睡)에 빠져 있는

차돌 유빙(遊氷)을 가르며

지축이 지구 표면과 교차하는

지구의 정점,북극점을 향해

 

푸른 길 긋고 떠나는

한 척의 배, 쇄빙선(碎氷船)은

절대로 고독하지 않다

 

행여 그곳이

싸늘한 칼바람 회오리치는

얼음바다라 할지라도

 

그가 남겨 놓은 길은

푸른 생명의 길이요

아름다운 꿈의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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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버들 비밀

(조세용님)

 

 

청송 주왕산 남서쪽

절골 오르는 길가

늦가을 빛바랜 단풍잎 사이로

높가을 하늘

자욱한 물안개

한 입에 삼키고

아기 잠자듯 숨어 있는

주산지(注山池)엔

 

 

갈바람 살랑거릴 때마다

물비늘 파르르 떨고

물총새 물살 그을 때마다

작은 동심원 그리는데

 

 

물속에 뿌리내린

백 오십 살 능수버들

이백 살 왕버들

백발에 허리 휘어

용틀임틀며

흘러간 세월의 비밀을

조용히 명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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