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와 글

연탄 한 장

하늘향기내리 2005. 12. 28. 20:16

 

 

연 탄 한 장

 

              시인;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 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 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 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것이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 되지 못했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 몰랐었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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